[법무 가이드] “좋은 어른인 척” 다가옵니다 —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대화만으로도 범죄입니다
1. 들어가며
자녀의 스마트폰 속에서 낯선 어른과의 대화를 발견하고 상담을 요청하시는 부모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고민을 들어주고 선물을 보내주던 “좋은 사람”이 어느 순간 사진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태도가 돌변하는 것 — 이것이 그루밍(grooming), 즉 신뢰를 쌓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적으로 착취하는 범죄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과거에는 실제 성적 행위에 이르러야 처벌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성착취 목적의 대화 그 자체가 독립된 범죄입니다. 부모님과 피해 아동·청소년이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해 드립니다.
2. 성착취 목적 대화죄 — 무엇이 처벌되는가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거나 이에 참여시키는 행위, 그리고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성관계 등 실제 접촉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대화 단계에서 이미 범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특히 2025. 10. 시행된 개정법은 처벌 범위를 크게 넓혔습니다. 종전에는 채팅앱 등 온라인(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만 처벌되었으나, 개정으로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이루어지는 그루밍까지 처벌 대상이 되었고, 성적 행위의 유인·권유는 그 시도 단계에서부터 처벌됩니다. 학원, 동네, 종교시설 등 대면 관계에서 시작되는 그루밍의 공백이 메워진 것입니다.
3. 법원은 어떻게 처벌하고 있는가
그루밍은 대화에서 끝나지 않고 성착취물 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때 처벌은 차원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하급심은 12~15세 아동·청소년 6명에게 성착취 목적의 대화를 하고 그중 4명으로 하여금 성착취물을 제작하게 하여 전송받은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4고합90 판결).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은 청소년성보호법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이므로, “사진 한 장 받았을 뿐”이라는 인식과 실제 처벌 사이의 간극은 매우 큽니다. 나아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는 경찰의 신분비공개·위장수사가 허용되어, 수사관이 아동인 것처럼 위장하여 접근하는 방식의 단속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4. 그루밍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 단계별 법적 평가
- 1단계, 신뢰 형성: 고민 상담, 선물·기프티콘, “너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심리적 고립화가 이루어집니다. 이 단계에서도 성적 대화가 지속·반복되면 성착취 목적 대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 2단계, 성적 요구: 신체 사진·영상의 요구와 전송이 이루어집니다.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촬영하여 보낸 경우에도 이를 요구하여 받은 성인은 성착취물 제작·소지 등의 죄책을 집니다.
- 3단계, 협박과 지배: “부모에게 알리겠다”, “유포하겠다”는 협박으로 추가 촬영·만남을 강요하는 단계로, 촬영물 이용 협박·강요죄(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요 행위 등 벌금형 없는 중범죄들이 중첩적으로 성립합니다.
5. 부모와 피해 아동·청소년의 대응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이를 탓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루밍 피해 아동·청소년은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인 피해자이며, 꾸중이 두려워 피해를 숨기는 순간 협박의 지배력만 강해집니다. 실무적으로는 (i) 대화 내역·계정 정보·송금 및 선물 내역을 삭제하지 말고 캡처 등으로 보전하고, (ii) 가해자와의 접촉을 차단하되 아이의 계정을 성급히 탈퇴시키지 말며(증거 소멸 방지), (iii) 경찰(112) 신고와 함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청소년상담(1388)의 삭제 지원과 심리 지원을 병행하시기 바랍니다. 초기에 확보된 대화 기록이 곧 유죄의 증거입니다.
6. 마치며
그루밍은 “대화”라는 외피 때문에 범죄로 인식되기 어렵지만, 법은 이미 대화 단계에서부터 개입하고 있고 처벌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자녀의 피해가 의심되는 부모님, 그리고 뜻하지 않게 관련 수사의 대상이 되신 분들 모두, 사안의 성격을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언제든지 법무법인 채비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