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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법무 가이드] “AI로 만든 가짜인데도 죄가 되나요?” — 딥페이크 처벌의 경계선

작성일 2026. 9. 10.

1. 들어가며

생성형 AI가 일상이 되면서 딥페이크 성범죄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사진도 아니고 AI가 만든 가짜인데, 그래도 죄가 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칙적으로 죄가 됩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는 합성물의 “정교함”이나 피해자의 “실존 여부”를 이유로 무죄나 감형이 선고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처벌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앞서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1편)과 불법 사이트 이용자 수사(2편)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그 마지막 편으로 AI·딥페이크 성범죄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경계선을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짚어봅니다.

2. 원칙 — “가짜”라는 사실은 면죄부가 아닙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는 행위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처벌 대상은 “허위”영상물, 즉 처음부터 가짜임을 전제로 한 규정이므로, “실제가 아니다”라는 항변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2024년 개정으로 유포할 목적이 없어도 합성 행위 자체가 처벌되고, 소지·구입·저장·시청까지 처벌 대상이 되었으며(제4항), 대상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소지 등으로 한층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3.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 세 가지 경계선

그럼에도 최근 하급심에서는 유무죄와 형량이 갈리는 지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찰대학 연구진이 디지털 성범죄 판례 수백 건을 분석한 결과와 보도된 사례들을 종합하면, 경계선은 크게 세 곳에 그어져 있습니다.

  • ① “정교함”의 경계 — 가짜 티가 나면 봐준다?: 법에는 합성물의 완성도에 관한 기준이 전혀 없음에도, 실제 재판에서는 정교함이 결론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일부 하급심은 “일반인도 AI로 허위 사진이 생성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므로 조잡한 합성물은 실제로 오인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형을 감경하였고, 미성년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 구매자에 대하여 “합성 이미지에 불과하고 완성도도 낮다”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성을 부정해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반대로 정교한 합성물일수록 무겁게 처벌되는바, 합성 기술의 수준이 사실상 양형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 ② “피해자 실존”의 경계 — 누구인지 모르면 무죄?: 2025년 하반기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텔레그램에 여성의 나체 합성사진을 유포한 피고인에 대하여, 사진의 원본이나 출처, 합성 방법을 확인할 자료가 없어 “피해자가 실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허위영상물죄는 “사람”의 얼굴·신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완전히 가상의 인물을 생성한 것인지 실존 인물을 합성한 것인지 증명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AI가 원본 없이도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규제 공백이 드러난 대목으로, “사회적 해악”을 기준으로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③ “반포”의 경계 — 피해자 본인에게만 보냈다면?: 허위영상물을 불특정·다수에게 유포하지 않고 피해자 본인에게 1:1 메시지로 전송한 사안에서, 법원이 이는 “반포”나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행위는 통상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제14조의3,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다른 죄책으로 의율될 수 있으므로, 처벌을 완전히 피할 수 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닙니다. 입법론으로는 “전송” 행위를 처벌 대상에 명시하자는 제안이 나와 있습니다.

4. 경계선 판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 혐의를 받는 입장이라면 — 무죄 사례에 기대는 것은 위험합니다: 위 무죄·감형 사례들은 확립된 법리가 아니라 과도기의 하급심 판단들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5년부터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의 전면 강화 작업에 착수하였고, “영상의 정교함과 무관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방향의 논의도 진행 중이어서, 과거 사례에 기반한 형량 예측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특히 대상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합성물이라면 무죄 가능성에 기대는 것 자체가 도박에 가깝습니다. 경계선상의 사안일수록 초기에 행위의 법적 성격(어느 조항의 어느 요건이 문제되는지)을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 피해를 입은 입장이라면 — “실존 증명”이 관건입니다: 역설적으로 위 판례들은 피해자 측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합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원본 사진·영상, 유포 경로와 게시 화면, 가해 계정 정보 등을 신속히 보전하여 “실존하는 나”를 대상으로 한 합성임을 증명할 자료를 갖추는 것이 기소와 유죄 판단의 열쇠가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시물이 삭제되어 증명이 어려워지므로, 피해 인지 즉시 증거를 확보하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삭제 지원과 형사 대응을 병행하여야 합니다.

5. 마치며

“AI가 만든 가짜”라는 사정은 원칙적으로 면죄부가 되지 않지만, 정교함·실존성·유포 형태라는 경계선 위에서 유무죄가 갈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 경계선은 양형기준 강화와 입법 논의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셨거나, 합성물 유포 피해를 입으신 분들 모두, 사안이 경계선 위에 있을수록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언제든지 법무법인 채비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디지털성범죄,#딥페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