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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법무 가이드] 상환·전환된 전환사채, 정관상 발행한도는 되살아날까?

작성일 2026. 9. 6.

1. 들어가며

전환사채(CB)는 신주 발행과 함께 스타트업·중소기업이 가장 빈번하게 활용하는 자금조달 수단입니다. 그런데 전환사채를 여러 차례 발행해 온 회사가 새로운 라운드를 준비하다 보면, 의외의 지점에서 발목이 잡히곤 합니다. 바로 정관상 전환사채 발행한도입니다. 대부분의 회사 정관은 “사채의 액면총액이 금 ○○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주 외의 자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형태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문제는 이미 상환되었거나 주식으로 전환이 완료된 전환사채를 한도 계산에서 빼도 되는지, 즉 소멸한 사채만큼 한도가 “되살아나는지”입니다.

법무법인 채비는 최근 이 쟁점에 관한 자문을 수행하였는바, 실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지만 해석을 그르치면 한도를 초과한 전환사채 발행으로 그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검토 결과를 가이드로 정리하여 안내드립니다.

2. 문제의 소재: 두 가지 해석

예를 들어 정관상 발행한도가 100억 원인 회사가 그동안 총 45억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 그중 20억 원은 이미 주식으로 전환되어 소멸하였으며 25억 원이 미상환 잔액으로 남아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잔여 발행한도에 관하여는 다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 제1설(한도 부활설): 발행한도는 “현재 존속하는 사채”를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상환 또는 전환으로 소멸한 사채액만큼 잔여한도가 복구된다는 해석입니다. 위 사례에서 잔여한도는 100억 원에서 미상환 잔액 25억 원을 뺀 75억 원이 됩니다.
  • 제2설(누적 계산설): 발행한도는 회사가 “누적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총액”을 수권한 것이므로, 상환·전환으로 소멸한 사채도 기발행액에 포함하여 계산한다는 해석입니다. 위 사례에서 잔여한도는 100억 원에서 기발행 총액 45억 원을 뺀 55억 원에 그칩니다.

어느 해석을 따르는지에 따라 당장 발행할 수 있는 금액이 20억 원이나 달라지지만, 정작 이 문제에 관하여 법령상 명확한 기준이나 이를 직접 판단한 판례·유권해석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3. 관련 해석론의 검토

  • 상법학계의 전통적 해석: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해설(1991)은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만기 상환으로 소멸하였다 하더라도 정관에 규정된 한도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상법학자들의 통설적 해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소멸한 사채도 누적 발행액에 포함하여야 한다는 입장(제2설)입니다.
  • 구조가 유사한 스톡옵션 부여한도의 논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역시 행사되면 발행주식총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점에서 전환사채와 구조적으로 유사합니다. 스톡옵션 부여한도에 관한 학계의 다수설은 정관상 한도는 기존 주주 보호를 위한 것으로서 한도까지 부여·행사된 후에는 재차 부여할 수 없다고 보아 왔는데, 세부적으로는 한도를 고정된 수로 정한 경우에는 일회적 수권이므로 행사분이 부활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고, 비율로 정한 경우에는 견해가 대립하여 왔습니다.
  • 중소벤처기업부 매뉴얼의 등장: 한편 중소벤처기업부의 주식매수선택권 매뉴얼 2023년 개정판은, 부여한도를 발행주식총수의 일정 비율로 설정한 경우 스톡옵션이 행사·취소되면 별도의 절차 없이 그만큼 잔여한도가 복구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다만 그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고, 고정된 수로 한도를 정한 경우에 관한 명확한 해석은 아닙니다.

4. 법무법인 채비의 견해: 한도는 부활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위 중소벤처기업부의 해석례를 유추하여 상환·전환된 사채액만큼 한도가 복구된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멸한 사채도 누적 계산하여 한도가 부활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i) 중소벤처기업부의 해석은 부여한도를 비율로 정한 경우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정관에서 발행한도를 “금 ○○억 원”이라는 고정 금액으로 정한 전환사채에 그대로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 (ii) 스톡옵션에서도 한도를 고정된 수로 정한 경우에는 행사분이 부활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인바, 고정 금액으로 규정된 전환사채 발행한도 역시 일회적 수권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iii) 무엇보다, 발행된 전환사채가 전환·상환될 때마다 한도가 회복된다고 보면 회사는 사실상 한도의 제약 없이 발행과 전환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게 되어, 정관상 한도를 통하여 주주 지분의 과도한 희석을 막고자 한 규정의 취지가 형해화됩니다.

이에 따르면 상환·전환 여부를 불문하고 기발행 사채액을 누적하여 잔여한도를 계산하여야 하며, 위 사례에서 회사가 발행할 수 있는 전환사채는 55억 원에 그칩니다. 이를 초과하여 발행하고자 한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 정관상 발행한도를 증액하는 정관 개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5. 마치며: 발행 전 정관 점검이 필수입니다

전환사채를 반복 발행해 온 회사라면, 새로운 발행에 앞서 반드시 정관상 한도와 누적 발행액을 대조해 보아야 합니다. 해석이 갈리는 영역에서 공격적인 해석에 기대어 발행을 강행하면, 사후에 한도 초과를 이유로 발행의 효력이 다투어지는 리스크를 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정관 정비가 해법입니다. 발행한도 규정에 “미상환 잔액 기준”임을 명시하거나 한도 금액 자체를 여유 있게 증액해 두면 이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전환사채 발행을 앞두고 정관 한도의 해석이나 정비가 필요하신 기업은 언제든지 법무법인 채비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전환사채,#스타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