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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물품공급계약서 검토: 대금 지급과 검수 조건은 어떻게 맞물리는가

2026. 10. 30., 홍은영 변호사

물품공급계약서, 대금과 검수를 함께 읽는 법

물품공급계약서에서 대금 지급 조항과 검수 조항은 대개 다른 번호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금을 언제, 얼마나 지급할지는 두 조항을 함께 읽어야 알 수 있습니다. 하자를 발견했을 때 대금이 어떻게 되는지는 검수 조항이 정한 효과에 달려 있고, 그 문구가 비어 있으면 법정 기준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검수와 하자 통지: 계약서가 비어 있으면 상법 제69조가 기준입니다

상인 간 매매에서 매수인은 목적물을 수령하면 지체 없이 검사해야 합니다. 하자나 수량 부족을 발견하면 즉시 매도인에게 통지를 발송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그로 인한 계약해제, 대금감액,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합니다(상법 제69조 제1항). 즉시 발견할 수 없는 하자를 수령 후 6개월 안에 발견한 때에도 같습니다. 6개월이 지난 뒤에 발견한 하자는 이 조항에 따라 담보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다만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에는 제1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같은 조 제2항), 통지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청구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이 기준은 계약서에 검수 기간이나 하자 통지 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을 때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상법 제69조 제1항을 임의규정으로 보고 당사자가 약정으로 이와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다3671 판결). 상법 제69조와 달리 정하려는 범위는 계약서 문구에 드러나 있어야 합니다.

불완전이행으로 청구하면 통지 기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상법 제69조 제1항은 민법상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대한 특칙이므로,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3다522 판결). 이 사건은 오염된 토지를 상인 간에 매매한 사안으로, 매수인이 인도 후 6개월이 훨씬 지나 하자를 통지해 하자담보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매도인이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채 인도한 것이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정화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되었습니다. 같은 손해라도 하자담보책임과 불완전이행 중 어느 쪽으로 청구하느냐에 따라 통지 기한이 적용되는지가 달라집니다. 하자를 발견하면 우선 통지 기한 안에 통지를 발송해 두어야 합니다.

대금 지급 유보, 감액, 상계는 요건이 다릅니다

검수에서 하자가 발견되면 대금 지급 유보, 대금 감액 청구, 손해배상채권을 이용한 상계를 구분해야 합니다. 각각 근거와 요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계약에서 검수 완료를 대금 지급 시기와 연결해 두었다면 지급 시기는 그 문구에 따라 정해지는데, 검수 완료를 지급의 조건으로 적었는지 지급 시기를 정한 것에 그치는지에 따라 해석이 갈릴 수 있습니다. 검수가 지연될 때의 지급 시점과 하자가 있을 때 유보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를 계약서에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서에 정함이 없더라도 매도인의 담보책임이 성립하는 하자에 대해서는 매수인이 동시이행의 항변으로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83조, 제536조).

민법은 수량을 지정한 매매에서 목적물이 부족하고 매수인이 그 부족을 알지 못했다면, 부족한 부분의 비율로 대금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민법 제574조, 제572조 제1항). 반면 품질 하자에 대해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그 밖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 물품을 종류로 지정한 매매라면 매수인은 해제나 손해배상 대신 하자 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581조). 품질 하자에도 대금 감액을 적용하려면 계약서에 따로 정해 두어야 합니다.

상계는 쌍방이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하고 쌍방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했을 때 대등액에 관하여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92조 제1항).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며, 이 의사표시에는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합니다(민법 제493조 제1항). 따라서 매수인이 대금에서 손해배상액을 빼려면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하고 이 요건을 갖춘 뒤 매도인에게 상계의 의사표시를 해야 합니다. 또 당사자가 다른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상계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민법 제492조 제2항), 계약서에 상계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이 중간에 끝날 때의 정산

계약을 해제하는지 해지하는지에 따라 이미 이루어진 거래의 처리가 달라집니다. 해지하면 계약은 장래에 대하여 효력을 잃으므로(민법 제550조), 해지 전에 납품과 검수를 마친 물품의 대금채권은 원칙적으로 그대로 남습니다. 반면 계약을 해제하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원상회복 의무를 지고, 반환할 금전에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야 합니다(민법 제548조). 계약서의 종료 조항에는 계약을 해제하는지 해지하는지, 이미 납품한 물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함께 적어 두어야 합니다.

정산할 때는 검수를 마친 물품, 하자를 확인했거나 통지한 물품, 아직 납품하지 않은 발주분을 구분합니다. 검수서와 인수증, 하자 통지를 발송한 기록, 주문서가 각각 어느 쪽의 근거가 되는지에 따라 정산 금액이 달라집니다. 상법 제69조 제1항은 통지를 '발송'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하자 통지는 발송 일자가 남는 방식으로 보내 두어야 합니다.

서명 전 확인할 네 가지

1. 검수 기간, 하자 통지 기한과 통지 방식이 계약서에 적혀 있는가.

2. 품질보증과 손해배상 조항이 상법 제69조의 검사와 통지 의무를 어디까지 달리 정하는지 문구로 드러나 있는가.

3. 검수 완료와 대금 지급 시기의 관계, 품질 하자의 감액 여부, 상계 허용 여부가 정해져 있는가.

4. 계약이 중간에 끝날 때 검수를 마친 물품, 하자를 확인했거나 통지한 물품, 아직 납품하지 않은 발주분의 정산 방법이 정해져 있는가.

자주 묻는 질문

검수 기간을 계약서에 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상인 간 매매라면 상법 제69조 제1항이 적용됩니다. 매수인은 수령한 목적물을 지체 없이 검사하고, 하자나 수량 부족을 발견하면 즉시 통지를 발송해야 합니다. 즉시 발견할 수 없는 하자를 6개월 안에 발견했을 때도 같고, 즉시 통지를 발송하지 않으면 계약해제, 대금감액,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다만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와 불완전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자를 발견하면 대금에서 손해배상액을 바로 빼도 되나요

대금에서 손해배상액을 빼려면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하고 민법 제492조의 요건을 갖춘 뒤 매도인에게 상계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며, 이 의사표시에는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합니다(민법 제493조 제1항). 계약서에 상계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주문 제작한 물품에도 상법 제69조가 적용되나요

물품이 대체물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대법원은 주문에 따라 제작해 공급하는 물건이 대체물이면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특정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불대체물이면 도급의 성질을 강하게 띠므로 매매에 관한 규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87. 7. 21. 선고 86다카2446 판결). 이 사건은 주문자의 도안과 규격에 따라 만들고 주문자 회사 이름까지 인쇄한 포장지를 공급한 사안이었습니다. 주문 제작품이라면 검수 기간과 하자 통지 방식을 계약서에 직접 정해 두는 편이 분명합니다.

법무법인 채비의 물품공급계약 자문

법무법인 채비는 도산·집행과 금융 분야를 다루는 홍은영 파트너 변호사를 중심으로 물품공급계약서의 작성과 검토, 납품 대금과 하자를 둘러싼 분쟁의 대응을 돕고 있습니다. 상담은 상담 페이지를 통해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2026년 10월 기준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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