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가 선 연대보증, 다른 대출의 기한이익상실이 우리 대출로 번질까
Ⅰ. 문제의 소재
개발사업 금융에서는 한 법인이 여러 대출에 동시에 얽혀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자신이 차주인 대출이 있으면서, 관계사나 인접 사업의 대출에는 법인 연대보증인으로 참여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보증을 선 다른 대출에서 기한의 이익이 먼저 상실되면, 대주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 대출도 곧바로 기한이익이 상실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답은 대출약정이 무엇을 '당연'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정해 두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필자가 이전 소속 법무법인에서 이와 같은 질의를 검토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봅니다.
Ⅱ. 당연 기한이익상실 사유의 구조
통상의 대출약정은 기한이익상실 사유를 두 갈래로 나눕니다. 하나는 사유가 생기는 즉시 기한이익이 상실되는 당연 기한이익상실 사유이고, 다른 하나는 대주의 선언이나 통지가 있어야 상실되는 청구 기한이익상실 사유입니다.
당연 사유는 보통 좁게 규정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① 지급기일에 원리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와 ② 차주에게 '부도사유'가 생긴 경우입니다. 부도사유에는 대개 지급불능, 도산절차 개시신청, 기업구조조정 절차 개시, 어음거래정지 등이 열거됩니다.
이 구조에서 보면 차주가 보증한 다른 대출의 기한이익상실 자체는 당연 사유에 바로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정에 이른바 크로스 디폴트(cross-default)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Ⅲ. 결국 '지급불능'이 관건입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보증채무를 이행하느라 차주의 자금이 바닥나 본건 대출의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면 ①번 사유가 됩니다. 보증채무 부담으로 차주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 ②번 사유가 됩니다.
문제는 약정서가 '지급불능'을 따로 정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이때는 채무자회생법상의 개념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지급불능을 대체로 "변제능력이 부족하여 즉시 변제해야 할 채무를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객관적 상태"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지급불능은 자산과 부채의 총액을 비교하는 '채무초과'와 다른 개념입니다. 재산이 부족해도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면 지급불능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재산이 있어도 쉽게 현금화할 수 없으면 지급불능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판단에서는 영업을 계속하는지, 채권 회수 가능성은 어떤지, 진행 중인 분쟁은 무엇인지 등 여러 사정이 함께 고려됩니다.
결국 "보증한 대출이 깨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결과 차주의 변제능력이 객관적으로 무너졌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이 판단은 차주의 재무 상태, 사업 구조,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에 따라 사안마다 크게 달라집니다.
Ⅳ. 대주가 점검할 것들
이런 상황을 맞은 대주라면 적어도 다음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 약정에 보증채무를 포함한 크로스 디폴트 조항이 있는지
- 당연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청구 기한이익상실 사유(재무 상태 악화, 사업 추진 곤란 등)로 대응할 여지가 있는지
- 다음 이자지급일까지 차주의 지급 재원이 확보되어 있는지
- 지급불능을 주장할 경우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어디까지 확보할 수 있는지
기한이익상실을 성급하게 선언했다가 요건이 인정되지 않으면 오히려 대주가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선언 시점과 근거를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Ⅴ. 맺으며
차주가 다른 대출에 선 보증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문제가 생기는 순간 본건 대출의 위험으로 번집니다. 그 위험이 '당연히' 번지는지, 대주의 판단과 선언이 필요한지는 약정 문언과 차주의 실제 변제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약정 체결 단계에서 차주의 보증 관계를 파악하고 크로스 디폴트 조항을 정비해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입니다. 이미 문제가 생긴 사안이라면 선언에 앞서 개별 검토를 거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필자가 이전 소속 법무법인에서 검토한 사안을 바탕으로 하되, 사실관계는 일반화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채비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