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SPC 출자
금융기관의 SPC 출자
— 금산법 제24조 승인과 업무상배임
금융기관이 부동산 개발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법인에 출자할 때, 내부 심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물음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금융위원회의 사전승인 대상인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출자 조건이 회사에 불리한 경우 업무상배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두 물음 모두 지분율이나 출자금액이라는 숫자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결론을 정하는 것은 정관과 계약서의 내용입니다.
Ⅰ. 금산법 제24조 — 승인이 필요한 경우
금융기관(중소기업은행은 제외합니다) 및 그 금융기관과 같은 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기관은 다른 회사의 주식을 다음과 같이 소유하게 되는 경우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금산법 제24조 제1항).
-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 100분의 5 이상을 소유하고 그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 100분의 10 이상, 100분의 15 이상에서도 각각 같은 요건이 갖추어지는 경우
다만 그 금융기관의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에 따라 인가·승인 등을 받은 경우는 제외되며, 승인을 받은 뒤에도 100분의 25 또는 100분의 33을 초과하여 소유하려면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같은 조 제5항).
첫 번째 유형은 지분율 계산으로 결정됩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것은 두 번째 유형부터입니다.
Ⅱ. '사실상 지배'는 지분율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시행령은 사실상 지배에 해당하는 경우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로 정하고 있습니다(제6조 제2항).
- 주식소유비율이 제1위에 해당할 것
- 주식의 분산도로 보아 주주권 행사에 의한 지배관계가 형성될 것
두 호는 중첩적 요건이 아니라 선택적 요건입니다. 제1호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제2호에 해당하면 승인 대상이 됩니다.
제2호의 "주식의 분산도"라는 문언은 그 자체로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법령해석 회신에서,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지배관계를 형성할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그 판단에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의 '지배' 판단기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사실상 사업내용 지배' 판단기준, 「국세기본법 시행령」의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 판단기준 등 관련 입법례를 종합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금융위원회 법령해석 160707, 2016. 6. 15.).
같은 회신이 개별 질의에 답하면서 실제로 든 기준은 두 가지였습니다. 의결권 있는 주식 30% 이상을 소유하거나 최다출자자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그리고 정관·투자계약서상 이사 임면이나 이사회 의결 등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또는 다른 주요 주주와의 계약·합의를 통하여 지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개별 질의에 대한 회신이므로 이 두 가지가 그대로 일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당국이 지분율만이 아니라 정관과 주주간 계약을 함께 본다는 점은 분명히 드러납니다. 지분이 5%를 넘더라도 최다출자자가 아니고 나머지 지분이 분산되어 있으며 정관·투자계약상 이사 임면이나 이사회 의결을 좌우할 장치가 없다면 지배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쪽으로 기울고, 반대로 지분이 낮더라도 정관에 거부권이나 이사 지명권이 촘촘히 들어 있다면 그쪽이 먼저 문제가 됩니다.
Ⅲ. 출자금액이 크면 규제 회피인가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종류주를 인수하는 구조에서 자주 제기되는 물음입니다. 같은 금액을 액면가로 출자하였다면 지분율이 훨씬 높았을 것인데 발행가를 높여 지분율을 낮춘 것이 제24조를 우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제24조 제1항의 취지에 관하여 "금융회사의 사기업에 대한 지배를 제한하고, 시장경쟁의 왜곡 및 금융회사 부실 방지 등을 위한 규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금융위원회 법령해석 180399, 2019. 4. 5.). 이 취지에 비추어 보면 조항이 겨냥하는 것은 출자금액 그 자체보다 지배력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회신을 인용할 때에는 그 결론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위 회신은 금융회사가 기존 IT 부문을 지분 100% 자회사로 분리하는 경우에도 제24조에 따른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조문에 명시적 예외가 없는 이상 입법취지를 이유로 적용 범위를 좁힐 수는 없다는 취지에 가깝습니다. 당국은 입법취지를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원용한 선례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발행가 조정으로 지분율을 낮추는 구조를 규제 회피로 보는 시각도 남아 있고, 당국이 개별 사안에서 달리 판단할 여지도 있습니다. 구조가 확정되기 전에 법령해석 조회나 사전 협의를 검토할 실익이 여기에 있습니다.
Ⅳ. 업무상배임 — 손해와 고의
심의에서 더 무겁게 다루어지는 것은 대개 이쪽입니다. 액면가의 몇 배로 주식을 인수하면 그 차액만큼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입니다.
업무상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에는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도 포함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재산상 손실을 야기한 임무위배행위가 동시에 그 손실을 보상할 만한 재산상의 이익을 준 경우에는 전체적인 재산가치의 감소, 즉 재산상 손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5도4338 판결).
그러므로 확인할 것은 발행가와 액면가의 차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차이를 회수할 장치가 정관과 계약에 마련되어 있는지입니다. 배당률과 최저배당금이 액면가가 아니라 출자금액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잔여재산 분배에서 출자금액에 상응하는 금액까지 우선하는지, 다른 종류주와의 순위는 어떠한지를 봅니다. 여기에 해당 거래를 통하여 회사가 함께 얻는 수익까지 포함하여 전체를 놓고 판단합니다.
다만 보상 장치를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익이 실질적인지, 실현이 얼마나 확실한지가 그대로 다투어지고, 결국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고의는 별도의 요건입니다.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였다면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업무상배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도12633 판결). 심의 과정과 검토 근거를 문서로 남겨 두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Ⅴ. 맺으며
두 쟁점 모두 결론은 숫자가 아니라 서류에서 나옵니다. 정관, 주주간협약, 투자계약서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가 금산법 승인 대상 여부와 배임 리스크를 함께 정합니다. 지분율은 그 서류들이 만들어 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구조를 확정하기 전에 세 서류를 함께 검토하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건이 확정된 뒤에 구조를 변경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따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동일한 쟁점이라도 정관과 계약의 내용, 지분 구성, 거래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판단은 구체적인 자료를 확인한 뒤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본문에 인용한 법령·규정 및 판례는 2026년 9월 기준입니다.
홍은영 변호사 | 법무법인 채비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전문분야 — 금융, 수용 및 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