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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거래처 담당자에게 주는 리베이트, 어디서 배임증재가 되나

작성일 2026. 9. 3. · 홍은영 변호사

납품 물량에 비례해 거래처 구매 담당자 개인에게 돈을 주는 구조라면, 배임증재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 관행이라는 사정도, 금액이 적다는 사정도 그 자체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이하에서는 어디서 갈리는지, 누가 책임을 지는지 살펴봅니다.

문제되는 죄는 배임증재입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배임수재(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그것을 준 쪽은 배임증재(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가 됩니다(형법 제357조).

성립 요건은 크게 셋입니다.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 구매·자재 담당자가 발주처 내부에서 물량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위라면 대체로 해당합니다
  •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
  •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할 것 - 현금이든 아니든 재산상 이익이면 충족됩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냥 충족됩니다. 실무에서 승부가 갈리는 곳은 ‘부정한 청탁’ 하나입니다.

관행도 소액도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부정한 청탁은 배임에 이를 정도일 필요는 없고,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면 됩니다. 명시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법원은 청탁의 내용,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그리고 사무처리자에게 요구되는 청렴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4도1132 판결 등).

가장 많이 나오는 두 항변이 여기서 막힙니다. 업계 관행이라는 항변에 대해 대법원은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1도9238 판결). 금액이 적다는 항변도 마찬가지입니다. 합계 69,999원 상당의 재물을 두고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 5. 11. 선고 2022노90 판결).

청탁의 내용이 “물량을 늘려달라”인 경우 법원은 대체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해 왔습니다. 납품 물량당 일정 비율의 단가차액을 주겠다며 물량 배정을 청탁한 사례가 그대로 유죄로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19. 1. 15. 선고 2018고단3686 판결).

반대 방향의 판단이 없지는 않습니다.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거나 기존 계약관계를 유지해 달라는 정도의 부탁은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고 본 사례가 있고(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6433 판결 등), 개인적 교분에 따른 소액의 향응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로 본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계약을 갱신해 주고 경쟁업체보다 유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취지에는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2도4131 판결).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물량 확대를 목적으로 지급하는 리베이트가 그 안쪽에 놓이기는 어렵습니다.

누가 책임을 지는가

실행한 직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모는 사전에 각자의 분담을 정하는 직접적 모의가 없어도,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가 상통하면 성립합니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도4947 판결). 지급을 승인한 사람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고, 관여 정도에 따라 교사범이나 종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법인은 범죄능력이 없어 형법상 배임증재의 주체가 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84. 10. 10. 선고 82도2595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다면 그 대표기관은 책임을 집니다.

법인이 정면으로 걸리는 쪽은 공정거래법입니다.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하면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에 해당할 수 있고(제45조 제1항 제4호), 관련 매출액의 4%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이, 행위자에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 벌금이 따를 수 있습니다.

받는 쪽 담당자에게 업무상배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배임증재죄와 업무상배임죄는 별개여서, 증재자가 그와 별도로 업무상배임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883 판결).

“상대가 먼저 요구했다”는 사정은 어디에 쓰이나

구성요건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에 따라 배임증재나 공정거래법 위반의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고 볼 근거가 조문에 없습니다. 강요된 행위(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신체에 대한 협박을 전제로 하므로, 통상의 거래 압박이 여기에 해당하기는 어렵습니다.

쓰이는 자리는 양형입니다. 양형기준은 적극적 증재를 가중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제안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지만, 책임 자체를 면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정리

리베이트의 본질이 물량 확대의 대가인 이상, 지급 방식을 바꾸거나 현금이 아닌 형태로 돌린다고 해서 구성요건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줄일 수 있는 것은 리스크의 크기가 아니라 구조 자체입니다. 가격과 품질로 경쟁하는 거래조건으로 바꾸는 것 말고 다른 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미 지급이 이루어진 상태라면 판단의 순서가 달라집니다. 지급 경위와 승인 라인,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관여한 사람마다 위치가 다르고, 대응 방향도 그에 따라 갈립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같은 쟁점이라도 청탁의 내용과 금액, 지급 경위, 관여 범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실제 판단은 구체적인 자료를 확인한 뒤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임증재#리베이트#공정거래법#컴플라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