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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넘길 수 없는 것을 파는 계약

작성일 2026. 8. 20. · 신재윤 변호사

얼마 전 검토했던 계약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온라인에서 생활잡화 브랜드를 운영하던 법인이 사업을 통째로 넘기는 거래였습니다. 대금은 수억 원대였고요. 계약서는 잘 쓰인 편이었습니다. 진술 및 보증이 열 개 항에 걸쳐 촘촘했고, 매도인이 숨기고 싶어 할 만한 사항은 별지에 예외로 빼되 그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면 면책시킨다는 단서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경업금지도, 손해배상 한도도, 세무 처리도 빠짐없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문을 순서대로 따라가다 한 곳에서 멈췄습니다.

계약서는 상표권 이전이 완료되어야 '실질적 양도'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잔금은 실질적 양도가 완료된 뒤에 지급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몇 조 뒤에는 상표권자가 잔금을 수령함과 동시에 특허청에 이전등록을 신청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상표권을 넘겨야 돈을 주는데, 돈을 받아야 상표권을 넘깁니다. 양쪽 모두 성실하게 이행할 의사가 있어도 이 계약은 문언대로는 완료될 수 없습니다. 조건이 대가를 물고, 대가가 다시 조건을 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는 특별히 허술한 계약서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을 들인 계약서에서 나왔습니다. 이커머스 사업의 양수도가 늘어나면서 이런 유형의 결함을 반복해서 보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아래 네 가지가 특히 자주 나타납니다.


1. 클로징 조건에 상대방의 반대급부를 넣지 마십시오

앞의 순환논리는 작성자의 부주의라기보다 구조 설계의 문제입니다.

매수인은 돈을 주기 전에 자산이 넘어온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당연한 요구입니다. 그래서 이전이 완료된 시점을 잔금 지급의 선행조건으로 잡습니다. 한편 매도인은 대금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표권을 먼저 넘기고 싶지 않습니다. 이것도 당연합니다. 그래서 대금 수령과 동시에 이전등록을 신청한다고 씁니다. 각자의 요구는 합리적인데, 둘을 한 계약서에 그대로 담으면 교착이 됩니다.

해법은 이행을 두 단계로 쪼개는 것입니다. 등록 이전이라는 하나의 행위를 ① 이전등록에 필요한 서류 일체의 교부와 ② 관청 접수로 나눕니다. 선행조건에는 ①만 넣고, ②는 대금 지급과 동시에 이행하게 합니다. 매수인은 서류를 손에 쥐었으므로 안전하고, 매도인은 접수 전이므로 안전합니다. 금액이 크다면 서류를 에스크로에 맡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칙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선행조건에는 상대방의 반대급부에 의존하는 행위를 넣지 않습니다. 넣어야 한다면 그 행위를 준비 단계와 실행 단계로 분리하시기 바랍니다.


2. 온라인 셀러 M&A에서 파는 것은 계정이 아닙니다

두 번째 함정은 이커머스 특유의 것입니다.

같은 계약서의 이전 대상 목록에는 "판매채널의 판매자 계정 및 상품 노출 지위"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붙은 별지의 이전 방식란에는 상품 노출 지위만 있었습니다. 본문과 별지가 어긋난 것인데, 어느 쪽이 맞느냐를 따지기 전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주요 오픈마켓은 약관으로 판매자 계정의 제3자 양도를 제한합니다. 계정을 양도하겠다고 계약서에 쓰는 순간 그 조항은 이행불능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셀러 M&A에서 실제로 넘어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리하면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재고. 둘째, 상표권과 디자인권. 셋째, 공급망(제조사 정보, 단가, 최소발주수량, 금형). 넷째, 상품 노출 지위와 그에 결합된 리뷰·평점 데이터. 다섯째, 콘텐츠와 운영 노하우입니다.

이 중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당사자끼리 이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넷째는 플랫폼이 협조해야만 이전됩니다. 매도인이 아무리 성실해도, 매수인이 아무리 돈을 준비해도, 플랫폼의 전산이 리뷰를 옮겨주지 않으면 이전되지 않습니다. 계약의 핵심 자산이 당사자 어느 쪽도 통제하지 못하는 제3자의 손에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실무가 나옵니다.

하나는 계약서에 무엇이 넘어가지 않는지를 명시하는 것입니다. 계정 자체는 이전 대상이 아님을 밝히고, 계정에 축적된 판매자 등급이나 셀러 점수 같은 계정 단위 지표는 승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매수인이 인지했다고 적습니다. 대신 매도인에게는 부수 의무를 지웁니다. 양도 완료 후 자기 계정의 해당 상품 리스팅을 내릴 것, 정산금 인계가 끝날 때까지 계정을 폐쇄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격 협상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매수인이 신규 계정으로 시작한다면 등급도 광고 최적화 이력도 처음부터 쌓아야 합니다. 반대로 매도인 계정에 쌓인 제재 이력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어느 쪽 효과가 큰지는 개별 사안마다 다르지만, 계약서를 쓰기 전에 매수인이 기존 계정을 쓸지 새로 만들지부터 확정해야 합니다. 이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항을 쓰면 반드시 어긋나게 됩니다.


3. 출구 없는 유예는 유예가 아니라 인질입니다

앞의 계약서에는 이런 조항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들이 성실히 협조했는데도 플랫폼 전산의 승인 지연 등 당사자 귀책 없는 사유로 이전이 지연되면, 이를 의무 불이행으로 보지 않고 매수인의 잔금 지급 의무를 이전이 최종 완료될 때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선의로 만든 조항입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로 위약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니까요. 그런데 기한이 없습니다.

플랫폼이 끝내 리뷰 승계를 지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매도인은 계약금만 받은 채 재고와 상표권이 묶이고 경업금지에 걸려 같은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도 없습니다. 매수인은 잔금을 내지 않은 채 무한정 대기합니다. 어느 쪽도 해제할 근거가 없습니다. 귀책이 없으니 채무불이행 해제도 되지 않고, 사정변경 원칙은 인정 범위가 좁습니다. 결국 양쪽 모두 인질이 되는 셈입니다.

"실질적 양도 착수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되지 않으면 각 당사자는 서면 통지로 해제할 수 있고, 이 경우 계약금 전액을 반환하며 어느 쪽에도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이 문장이 없으면 무귀책 유예 조항은 배려가 아니라 함정이 됩니다.


4. 별지가 본문을 배신할 때

실사가 진행되면 자산 목록이 계속 두꺼워집니다. 처음에는 창고가 두 곳이었는데 나중에 한 곳이 더 나오고, 품목이 늘고, 수량이 갱신됩니다. 이 내용은 전부 별지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본문의 이전 절차 조항은 초기 버전 그대로 남습니다.

앞의 계약서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별지에는 보관 장소가 세 곳으로 늘어나 있는데, 본문의 이전 절차 조항은 두 곳만 전제로 쓰여 있었습니다. 나중에 추가된 한 곳에 재고 평가액의 절반 가까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소유권 이전 통지도, 서면 교부도, 매수인이 그 재고를 출고할 권한도 절차상 규정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별지는 실무자가 채우고 본문은 법률 검토자가 손보는 분업 구조에서 이런 균열이 생깁니다. 예방책은 단순합니다. 별지가 최종 확정된 뒤 본문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대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약서에 "별지는 본 계약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조항을 두시기 바랍니다. 형식적으로 보이지만, 별지에만 기재된 자산의 이전 의무를 다툴 때 근거가 됩니다.


덧붙여: 손익 귀속 기준시는 반드시 하나여야 합니다

계약서 앞부분에는 "양도 완료일 이후 발생하는 손익은 매수인에게 귀속한다"고 쓰고, 뒷부분 정산 조항에는 "잔금 지급일까지 매도인 계정에서 발생한 매출은 매도인에게 귀속한다"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은 시점 기준이고 뒤는 계정 기준이라 성격이 다른데, 두 날짜가 며칠 어긋나면 그 구간의 귀속이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기준시를 하나로 정하고, 그 이전 구간에만 계정 기준을 남기는 방식이 무난합니다. 함께 넣어야 할 것이 반품 조항입니다. 커머스는 반품이 늦게 옵니다. 기준시 이전에 팔린 물건의 반품이 기준시 이후에 매수인 계정에서 차감되는 일은 예외가 아니라 상례입니다. 사후 조정은 조정 시점이 아니라 원 주문의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귀속을 정한다는 문장을 넣어두면 분쟁의 상당 부분이 사라집니다. 반품률이 높은 품목일수록 금액이 커집니다.


계약서를 넘기기 전 확인하실 것

  1. - 선행조건 목록에 상대방의 반대급부에 의존하는 항목이 있는지
  2. - 이전 대상에 플랫폼 약관상 양도가 제한되는 자산이 들어 있는지
  3. - 승계되지 않는 것(계정 지표, 판매자 등급)을 명시했는지
  4. - 무귀책 지연에 대한 유예 조항에 기한이 있는지
  5. - 별지 최종본과 본문 절차 조항을 대조했는지
  6. - 손익 귀속 기준시가 계약서 전체에서 하나인지
  7. - 반품과 정산 차감의 귀속 기준을 정했는지
  8. - 잔금 지급 후에도 매도인 계정을 거쳐 들어오는 돈이 있다면, 그 돈의 보전 장치가 있는지

이커머스 사업의 양수도는 부동산 매매보다 사업양수도에 가깝고, 사업양수도 중에서도 제3자인 플랫폼의 협조에 성패가 걸린다는 점에서 특수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쓰이는 계약서는 여전히 물건을 주고받는 감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수 대금의 상당 부분이 리뷰와 노출 지위처럼 만질 수 없고 옮기기 어려운 것에 매겨져 있다면, 계약서는 그 사실을 정면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