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상장회사의 소수주주로, 소 제기 6개월 전부터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1 이상을 보유하여 상장회사 주주대표소송의 지분·보유기간 요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2024. 10. 29. 대표이사와 감사위원회에 소제기를 청구하여 다음 날 도달하였으나, 회사는 2024. 11. 26. "손해배상을 구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회신하였을 뿐 청구서 도달일부터 30일이 지나도록 제소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법무법인 채비는 2024. 12. 2. 상법 제403조에 따라 대표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회사는 2015. 5. 13.부터 2016. 11. 29.까지의 민수철근 유통가격 담합(제1담합)과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차례에 걸친 조달청 관수철근 입찰담합(제3담합)으로 과징금 494억 3,200만 원을 부과받고 벌금 1억 5,000만 원을 선고받아 합계 495억 8,200만 원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 중 민수철근 담합 과징금에 대한 취소소송은 기각되어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시기가 겹치는 철스크랩 구매 담합(제2담합) 과징금 496억 1,600만 원도 당초 손해액에 포함하였으나, 그 과징금이 행정소송에서 394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만큼 감액되고 형사에서는 무죄가 확정된 사정을 반영하여 2025. 8. 26. 청구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쟁점과 법원의 판단
피고들은 담합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바 없고 실무자들의 개인적 일탈일 뿐이라고 다투었습니다. 재판부는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 등의 법리에 따라 아래 사정을 종합하여 감시의무 위반을 인정하였습니다.
① 철근 시장은 소수 사업자가 과점하는 구조여서 담합 유인이 크고, 분할 전 회사가 1998년·2000년·2003년에 이미 4차례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② 제1담합은 영업팀장들이 평균 월 1회 이상 모임을 갖는 방식으로, 제3담합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인수인계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이어졌고,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를 받는 중에도 담합이 계속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청구에서 제외된 철스크랩 담합도 같은 시기의 사정으로 함께 고려하였는데, 그 경쟁사 모임만 122회에 달했습니다. ③ 2013년 사내 공지 1건 외에는 담합 관련 교육이나 임원회의가 없었고, 위반사실을 신고·시정할 조직이나 제보 시스템도 두지 않았습니다. ④ 적발 후에도 경위나 다른 가담자를 조사한 정황이 없고, 형사처벌을 받은 직원 1명을 감봉 2개월에 처한 것 외에 제재가 없었으며, 혐의가 드러난 직원들은 오히려 승진하였습니다.
소멸시효 항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결과 형사판결이 확정되어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 배척하였고, 손익상계 항변에 대해서는 회사가 기업활동을 하면서 범죄를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법리(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다316391 판결)를 들어 배척하였습니다.
판결 결과
재판부는 손해액 495억 8,200만 원을 기준으로, 임무위반이 담합에 직접 가담한 것이 아니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작동시킬 노력을 하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점, 시장 상황, 각 피고의 지위와 담당업무·재직기간, 담합기간 중 급여액 등을 참작하여 책임을 제한하였습니다.
• 당시 대표이사 겸 회장: 148억 7,460만 원 (손해액의 30%)
• 당시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각 1인: 위 금액 중 각 99억 1,640만 원 (20%)
• 당시 사내이사 1인: 위 금액 중 49억 5,820만 원 (10%)
책임 범위가 중첩되는 한도에서 연대하므로 회사가 지급받게 되는 총액은 148억 7,460만 원입니다. 재판부는 여기에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선고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더하도록 판단하고 가집행을 선고하였습니다.
판결의 의의
창원지방법원은 2026. 8. 24. 이 판결을 홈페이지 「우리법원 주요판결」란에 게재하였습니다. 담합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예방·적발할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시킬 노력을 하지 않은 이사는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윤리강령이나 준수서약서 같은 형식적 문서만으로는 그 노력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판단입니다.
법무법인 채비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와 형사기록을 분석하여 담합의 장기성과 조직성을 특정하고, 피고들이 내부통제의 증거로 제출한 규정·교육자료·서약서 23개 항목이 이 사건 담합을 예방·적발하는 장치로 기능하지 못하였음을 항목별로 다투었으며, 재판부는 별지에서 이를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