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의 개요
의뢰인은 상장회사의 자금IR팀에서 투자자 응대와 기업 홍보를 담당하던 직원이었습니다. 재직 중 회사 주식을 매수하였고, 퇴사한 뒤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하였습니다. 그 사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계약이 체결되어 공시되었고, 뒤이어 공개매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의뢰인은 세 갈래의 절차에 한꺼번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였다고 통보하였고(자본시장법 제172조), 전에 재직하던 회사는 그 차익의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으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혐의로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같은 법 제174조 제1항). 마지막 혐의는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주식거래 한 건을 두고 행정, 민사, 형사 절차가 나란히 진행된 사안이었습니다. 어느 한 단계에서 사실관계가 불리하게 굳어지면 나머지 절차에도 그대로 옮겨 가는 구조였습니다. 처음부터 세 절차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 대응하였습니다.
대응
1. 증권선물위원회 단계에서 다툰 통보 대상 여부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는 내부자가 실제로 정보를 이용하였는지, 그럴 의사가 있었는지를 묻지 않는 엄격책임입니다. 일단 대상에 포함되고 나면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크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반환대상 직원에 해당하는지를 입구에서 다투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94조는 반환대상 직원을 주요경영사항의 수립, 변경, 추진, 공시 등에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과 재무, 회계, 기획,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의뢰인은 자금팀 소속이기는 하였으나 실제로 한 일은 IR, 곧 투자자 대응과 회사 홍보였습니다.
자금팀의 업무는 금전 출납과 유동성 관리에 그칠 뿐 회사 전반의 재무계획을 세우거나 회계를 처리하는 부서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자금팀이 공시 업로드 작업을 맡기는 하였으나 공시 담당자는 따로 있었고 의뢰인의 업무가 아니라는 점도 다투었습니다. 부서 이름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업무분장을 기준으로 보아 달라는 취지였습니다.
2. 민사소송의 본안 전 항변과 본안 항변
회사는 의뢰인을 상대로 단기매매차익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항변을 세 겹으로 나누어 제출하였습니다.
제척기간 도과
단기매매차익 반환청구권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청구하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반환의무를 발생시키므로 형성권에 해당하고, 이익을 취득한 날부터 2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합니다(제172조 제5항). 대법원은 형성권을 재판상 행사하는 경우 소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소장 부본이 제척기간 안에 상대방에게 도달하여야 비로소 기간을 지킨 것으로 보며, 그 부본에는 권리행사의 의사표시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송달결과 조회를 확보해 시점을 맞추어 본 결과, 소장 부본은 제척기간 만료일을 보름 가까이 넘겨 의뢰인에게 도달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안에 들어가기 전에 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항변을 먼저 주장하였습니다.
반환대상 직원에 해당하지 않음
증권선물위원회 단계에서 편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되 결정적인 근거는 회사가 직접 제출한 인사기록카드였습니다. 담당업무란에 'IR자료작성, 투자자미팅, 주총'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낸 증거가 오히려 의뢰인이 맡은 일을 보여준 셈입니다. 의뢰인은 공시나 재무, 회계, 기획,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한 직원이 아니었습니다.
해석상 예외의 적용 여부
시행령 제198조 제12호는 공개매수에 응모하여 주식등을 처분하는 경우를 반환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공개매수는 모든 투자자에게 공개된 조건으로 이루어지므로 미공개정보를 이용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의 매도는 형식으로는 장내매도였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에는 이미 공개매수신고서가 제출되어 시장가격이 공개매수가격에 연동된 채 고정되어 있었고 의뢰인은 퇴사한 뒤였습니다. 여기에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1다36580 판결의 법리도 함께 주장하였습니다. 법령이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거래의 유형을 객관적으로 보아 내부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할 가능성이 애초에 없다면 법원이 해석상 예외로 보아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예외에 해당하는지는 매도 시점의 거래 유형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회사가 문제 삼는 매수 시점의 사정과는 무관하다는 점도 주장하였습니다. 회사는 이 제도가 정보 이용 여부를 묻지 않는 엄격책임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예외 적용을 막기 위해 매수 당시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였을 개연성이 높다는 추측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스스로 모순된 주장이라고 다투었습니다.
3. 금융위원회 조사 단계의 매매 시각과 정보 취득 시점
조사기관은 의뢰인이 홍보 담당 직원과 나눈 대화, 그리고 CFO의 대응 지시를 통해 최대주주의 매각 의사를 확인한 뒤 주식을 매수하였다고 보았습니다.
증권사 체결 내역을 확보해 그날의 순서를 다시 짜 보았습니다. 당일 매수는 장이 열린 직후 짧은 시간에 이미 전부 체결되어 있었고 문제가 된 대화와 지시는 그보다 뒤의 일이었습니다. 정보를 접하였다는 시점에 매매는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대신 시간 순서만으로 정보를 이용할 여지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머지 정황도 하나씩 다투었습니다.
매수 동기를 보면 초기 매수는 "담당자 본인도 자사주를 가지고 있느냐"는 투자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으로 IR 업무의 일환이었습니다. 이후 매수는 경제지의 지분 매각 추측 보도를 보고 한 것인데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정보인 데다 내용도 시장에 도는 소문 수준이었습니다.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정보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CFO의 지시는 투자자 문의에 사실무근으로 대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소문에 대한 기업의 통상적인 대응 원칙을 전달한 데 지나지 않습니다. 최대주주 변경 계약 역시 공시 전날 장이 끝난 뒤 소집된 회의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고, 그때 전달된 내용도 문의가 늘 테니 대응을 준비하라는 정도였습니다.
조사기관은 의뢰인이 신용거래로 주식을 산 점을 확신의 정황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과거 신용거래 내역 전체를 제출하여 레버리지 활용이 의뢰인의 오랜 투자 습관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투자 성향에서 고의를 끌어내는 것은 합리적인 추론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끝으로 의뢰인이 취득하였다는 미공개중요정보가 무엇인지 조사기관이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다투었습니다. 제174조는 정보의 특정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므로 이는 증명의 문제이기에 앞서 구성요건의 문제입니다.
결과
법원은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회사의 소를 각하하였고,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본안 판단에는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이어진 소송비용액확정 절차를 거쳐 의뢰인이 쓴 소송비용 약 1천만 원을 회사로부터 상환받았습니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혐의도 금융당국 조사 단계에서 종결되어 형사절차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시사점
단기매매차익 반환제도처럼 정보 이용 여부를 묻지 않는 규정에서는 본안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방식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엄격책임 조항일수록 입구에서 다투어야 합니다. 적용대상에 해당하는지, 권리가 제척기간 안에 행사되었는지 같은 관문 쟁점을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이 사건도 제척기간에서 결론이 났습니다.
IR이나 자금처럼 주가에 가까워 보이는 부서에 있었더라도 실제 업무분장에서 그 정보로부터 배제되어 있었다면 그 사실이 방어의 축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제출한 인사기록카드가 그 근거가 되었습니다. 내부자 혐의는 지위보다 정보 접근의 실제를 기준으로 갈립니다.
체결 내역이나 메신저, 통화 기록에 남은 시각은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공방을 건너뛰고 혐의의 성립 여부를 바로 판가름합니다. 진술은 서로 엇갈릴 수 있지만 기록에 남은 시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은 즉시 객관적 기록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행정 조사에서 한 진술과 민사 서면에 쓴 주장은 형사 단계에서 그대로 인용됩니다. 병행 절차는 하나로 묶어 관리해야 합니다. 초기부터 일관된 사실관계와 법리 구성을 세워 두는 것이 세 절차 모두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