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멈추었다는 사정만으로 그동안 지급한 용역 보수가 부당이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은 본안에서는 약관의 불공정성이, 항소심에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요건이 차례로 문제된 사안입니다.
사건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자금관리회사와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기간은 48개월, 보수는 7억 원이었고, 사업의 진행 단계가 아니라 기간의 경과에 따라 분할 지급하는 구조였습니다. 조합가입자들이 낸 계약금은 그 회사 명의의 자금관리계좌로 입금되었습니다.
사업이 조합설립인가에 이르지 못한 채 중단되고 추진위원회의 채권자들이 계좌 채권을 압류하자 자금관리회사는 계약을 해지하였습니다. 그러자 조합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어느 시점 이후로는 실질적인 자금관리업무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추진위원회를 대위하여 약 3억 6,000만 원의 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인 자금관리회사를 대리하였습니다.
무엇을 다퉜나
1심의 쟁점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이었습니다. 불공정한 약관인지는 문제된 조항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약관의 내용을 종합하여 고찰하고 해당 거래분야의 통상적 거래관행과 거래대상의 특성까지 고려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 자금관리업무는 계좌의 개설에서부터 환불금·용역비·토지매입비·공사비의 지급에 이르는 수취·보관·지출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것이지 지출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 따라서 금원의 지출이 없었던 기간이라 하여 관리업무의 중요성이 부인되지 않습니다.
- 업무의 양이 사업 추진의 정도에 비례하지 않으며, 사업을 추진할 책임은 추진위원회에 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소송요건이 정면으로 문제되었습니다. 채권자대위소송에서 피보전채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당사자적격이 없어 소가 각하되고,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이라면 채무자의 무자력까지 증명되어야 합니다.
결과
1심은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항소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하였으며, 소송 총비용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상고 없이 확정되었습니다.
문구만 보면 1심이 뒤집힌 것처럼 읽히지만, 실제로는 원고들이 본안 판단조차 받지 못한 것이어서 의뢰인에게는 더 확실한 결과입니다. 항소심은 추진위원장의 기망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추진위원회의 무자력도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조합가입계약 당시에 기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마무리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멈춘 뒤 조합원이 자금관리회사나 신탁회사를 상대로 직접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대위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는지가 본안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정리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