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사업양수도 계약서에서 반복되는 네 가지 결함
온라인에서 생활잡화 브랜드를 운영하던 법인이 사업을 통째로 넘기는 거래를 최근에 검토했습니다. 대금은 수억 원대였습니다.
계약서 자체는 공을 들인 것이었습니다. 진술 및 보증이 열 개 항에 걸쳐 촘촘했고, 매도인이 숨기고 싶어 할 만한 사항은 별지에 예외로 빼되 그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면 면책시킨다는 단서까지 달아두었습니다. 경업금지와 손해배상 한도, 세무 처리도 빠짐없이 들어 있었습니다. 초안을 만든 쪽이 이런 거래를 처음 다뤄본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는 조문을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드러났습니다. 계약서는 상표권 이전이 완료되어야 '실질적 양도'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고 했고, 잔금은 실질적 양도가 완료된 뒤에 지급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몇 조 뒤에는 상표권자가 잔금을 수령함과 동시에 특허청에 이전등록을 신청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상표권을 넘겨야 돈을 주는데, 돈을 받아야 상표권을 넘기는 구조입니다. 양쪽 모두 이행할 의사가 충분하더라도 문언대로는 클로징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결함이 급하게 쓴 계약서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커머스 사업의 양수도 건이 늘면서 비슷한 유형을 반복해서 보게 되는데, 그중 아래 네 가지가 특히 자주 걸립니다.
1. 선행조건에 상대방의 반대급부를 넣지 마십시오
앞의 순환논리는 작성자가 부주의해서 생긴 것이라기보다, 이행 구조를 따로 설계하지 않은 탓에 생긴 것입니다.
매수인은 돈을 주기 전에 자산이 넘어온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므로 이전이 완료된 시점을 잔금 지급의 선행조건으로 잡습니다. 매도인은 대금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표권을 먼저 넘길 이유가 없으니 대금 수령과 동시에 이전등록을 신청한다고 씁니다. 각각의 요구는 그 자체로 무리가 없는데, 조정 없이 한 계약서에 나란히 담기면 교착이 됩니다.
해법은 이행을 두 단계로 쪼개는 것입니다. 등록 이전이라는 하나의 행위를 이전등록에 필요한 서류 일체의 교부와 관청 접수로 나눈 뒤, 선행조건에는 서류 교부만 넣고 접수는 대금 지급과 동시에 이행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매수인은 서류를 확보한 상태에서 잔금을 치르게 되고, 매도인도 접수 전까지는 권리를 잃지 않습니다. 거래 규모가 크다면 서류를 에스크로에 맡기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선행조건에는 상대방의 반대급부에 의존하는 행위를 넣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부득이 넣어야 한다면 그 행위를 준비 단계와 실행 단계로 분리하시기 바랍니다.
2. 판매자 계정은 이전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함정은 이커머스 거래에 특유한 것입니다.
같은 계약서의 이전 대상 목록에는 "판매채널의 판매자 계정 및 상품 노출 지위"라고 적혀 있었는데, 뒤에 붙은 별지의 이전 방식란에는 상품 노출 지위만 있었습니다. 본문과 별지가 어긋나 있었던 셈입니다. 다만 어느 쪽이 맞느냐를 따지기 전에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요 오픈마켓은 약관으로 판매자 계정의 제3자 양도를 제한하고 있어, 계정을 양도하겠다고 쓰는 순간 그 조항은 이행불능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온라인 셀러 거래에서 실제로 손이 바뀌는 자산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재고
- 상표권과 디자인권
- 공급망 — 제조사 정보, 단가, 최소발주수량, 금형
- 상품 노출 지위와 그에 결합된 리뷰·평점 데이터
- 콘텐츠와 운영 노하우
이 중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당사자끼리 이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넷째입니다. 리뷰와 노출 지위는 플랫폼이 협조해야만 이전되므로, 매도인이 성실히 이행하고 매수인이 대금을 다 준비해 두었더라도 플랫폼 전산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멈춥니다. 거래 대금의 상당 부분이 매겨진 자산을 당사자 어느 쪽도 통제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계약서에는 무엇이 넘어가는지만큼이나 무엇이 넘어가지 않는지를 적어야 합니다. 계정 자체는 이전 대상이 아님을 밝히고, 계정에 축적된 판매자 등급이나 셀러 점수 같은 계정 단위 지표는 승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매수인이 인지했다고 적어 둡니다. 대신 매도인에게는 부수 의무를 지웁니다. 양도 완료 후 자기 계정의 해당 상품 리스팅을 내릴 것, 정산금 인계가 끝날 때까지 계정을 폐쇄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가격 협상에도 반영해야 합니다. 매수인이 신규 계정으로 시작한다면 등급이나 광고 최적화 이력은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합니다. 물론 매도인 계정에 남은 제재 이력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으므로, 어느 쪽 효과가 큰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다만 순서만큼은 분명합니다. 매수인이 기존 계정을 쓸지 새로 만들지를 먼저 확정하고 조항을 써야 합니다. 이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된 이전 조항은 나중에 반드시 어긋납니다.
3. 무귀책 지연 유예 조항에는 기한을 넣으십시오
앞의 계약서에는 이런 조항도 있었습니다. 당사자들이 성실히 협조했는데도 플랫폼 전산의 승인 지연처럼 당사자 귀책 없는 사유로 이전이 지연되면, 이를 의무 불이행으로 보지 않고 매수인의 잔금 지급 의무를 이전이 최종 완료될 때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입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정으로 위약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취지이니, 조항 자체는 선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기한이 없다는 점입니다. 플랫폼이 끝내 리뷰 승계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매도인은 계약금만 받은 채 재고와 상표권이 묶이고 경업금지에 걸려 같은 사업을 다시 시작하지도 못합니다. 매수인은 잔금을 내지 않은 채 무한정 대기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느 쪽에도 해제 근거가 없습니다. 귀책이 없으니 채무불이행 해제가 되지 않고, 사정변경 원칙은 인정 범위가 좁습니다.
그래서 유예 조항에는 반드시 출구를 함께 넣습니다.
실질적 양도 착수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되지 않으면 각 당사자는 서면 통지로 해제할 수 있고, 이 경우 계약금 전액을 반환하며 어느 쪽에도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정도 문장 하나로 해결됩니다. 반대로 이것이 빠져 있으면, 배려하려고 넣은 조항이 양쪽을 함께 묶어두는 결과가 됩니다.
4. 별지가 확정되면 본문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실사가 진행되면 자산 목록은 계속 두꺼워집니다. 처음에는 창고가 두 곳이었는데 나중에 한 곳이 더 나오고, 품목이 늘고, 수량이 갱신됩니다. 이 내용은 전부 별지로 들어가는데, 본문의 이전 절차 조항은 초기 버전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의 계약서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별지에는 보관 장소가 세 곳으로 늘어나 있었지만 본문의 이전 절차 조항은 두 곳만 전제로 쓰여 있었고, 나중에 추가된 한 곳에 재고 평가액의 절반 가까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재고에 관해서는 소유권 이전 통지도, 서면 교부도, 매수인이 출고할 권한도 절차상 규정이 없었습니다.
별지는 실무자가 채우고 본문은 법률 검토자가 손보는 분업 구조에서 이런 균열이 생깁니다. 예방책은 번거롭지만 단순합니다. 별지가 최종 확정된 뒤 본문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대조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별지는 본 계약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조항을 두시기 바랍니다. 형식적으로 보여도 별지에만 기재된 자산의 이전 의무를 다툴 때 근거가 됩니다.
덧붙여: 손익 귀속 기준시와 반품 처리
계약서 앞부분에는 "양도 완료일 이후 발생하는 손익은 매수인에게 귀속한다"고 쓰고, 뒷부분 정산 조항에는 "잔금 지급일까지 매도인 계정에서 발생한 매출은 매도인에게 귀속한다"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은 시점 기준, 뒤는 계정 기준이라 성격이 다른데도 두 문장이 한 계약서에 공존합니다. 두 날짜가 며칠만 어긋나도 그 구간의 귀속이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기준시를 하나로 정하고 그 이전 구간에만 계정 기준을 남기는 방식이 무난합니다.
함께 넣어야 할 것이 반품 조항입니다. 커머스는 반품이 늦게 옵니다. 기준시 이전에 팔린 물건의 반품이 기준시 이후에 매수인 계정에서 차감되는 일은 드물지 않고, 반품률이 높은 품목일수록 금액도 커집니다. 사후 조정은 조정 시점이 아니라 원 주문의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귀속을 정한다는 문장을 넣어두면 이 구간의 다툼은 대부분 정리됩니다.
계약서를 넘기기 전 확인하실 것
- 선행조건 목록에 상대방의 반대급부에 의존하는 항목이 있는지
- 이전 대상에 플랫폼 약관상 양도가 제한되는 자산이 들어 있는지
- 승계되지 않는 것(계정 지표, 판매자 등급)을 명시했는지
- 무귀책 지연에 대한 유예 조항에 기한이 있는지
- 별지 최종본과 본문 절차 조항을 대조했는지
- 손익 귀속 기준시가 계약서 전체에서 하나인지
- 반품과 정산 차감의 귀속 기준을 정했는지
- 잔금 지급 후에도 매도인 계정을 거쳐 들어오는 돈이 있다면, 그 돈의 보전 장치가 있는지
이커머스 사업의 양수도는 부동산 매매보다 사업양수도에 가깝고, 사업양수도 중에서도 제3자인 플랫폼의 협조에 성패가 걸린다는 점에서 특수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쓰이는 계약서는 여전히 물건을 주고받는 감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수 대금의 상당 부분이 리뷰와 노출 지위처럼 만질 수 없고 옮기기도 어려운 것에 매겨져 있다면, 계약서가 그 사실을 정면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