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분 50%를 보유하고도 수년간 회사의 재무 정보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온 공동창업자 주주를 대리하여, 상법 제466조에 기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하고 재무제표와 핵심 회계장부 전반에 대한 인용 결정을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1. 사건 개요
의뢰인은 제조·유통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상대방과 절반씩 출자하여 공동으로 설립한 창업자로, 발행주식총수의 50%를 보유한 주주이자 사내이사입니다. 의뢰인이 회사 설립 후 수년 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상대방이 단독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운영하여 왔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회사는 의뢰인에게 단 한 차례도 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하지 않았고, 정기주주총회조차 개최하지 않았으며,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일절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확보한 일부 재무자료에서는 법인차량 관련 자산의 급격한 증가, 사업의 실질과 맞지 않게 과다한 무형자산(개발비), 주주총회 결의 없이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임원 보수 등 대표이사의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회사 운영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수개월에 걸쳐 세 차례 내용증명으로 회계자료의 제공을 요청하였으나, 회사는 “자료를 곧 전달하겠다”는 회신 이후 아무런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50 대 50 공동창업 구조에서의 경영권 분쟁 국면이었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첫째, 회사 내부 정보 없이 어떻게 부정 운영을 밝힐 것인가.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손해배상 소송이든 형사 대응이든, 모든 본안 조치는 회사의 장부와 서류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회사 밖으로 밀려난 주주에게는 그 장부에 접근할 수단 자체가 없었습니다.
둘째,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를 어느 수준까지 소명할 것인가.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하여야 하고, 회사 측은 통상 “목적이 부당하다”, “모색적 증거 수집이다”라며 다툽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회사는 경쟁 영업을 위한 부당한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전면 기각을 구하였습니다.
셋째, 본안이 아닌 가처분으로 신속히 받아낼 수 있는가. 열람·등사를 명하는 가처분은 본안판결과 사실상 동일한 결과를 만드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이어서 법원이 통상의 보전처분보다 높은 정도의 소명을 요구합니다. 그만큼 신청 단계에서 대상 장부의 특정과 이유 기재의 완성도가 결정적입니다.
3. 법무법인 채비의 조력
- 법리에 따른 청구권 구성: 주주는 영업시간 내 언제든지 재무제표 등의 열람을 청구할 수 있고(상법 제448조 제2항),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회사는 그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상법 제466조). 판례는 이사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구체적 사유가 있어 경영 실태를 파악하고 책임을 추궁할 필요가 있는 경우 열람·등사를 허용하고(대법원 99다137 판결), 청구 이유는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할 뿐 그 이유가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자료까지 첨부할 필요는 없으며, 부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회사에 있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9다270163 판결). 이 법리를 토대로 두 청구권을 결합하여 신청을 구성하였습니다.
- 의심 정황별 대상 장부의 특정: 한정된 재무자료만으로도 소명이 가능하도록, 의심 정황을 항목별로 나누어 각 정황에 대응하는 장부를 특정하였습니다. 법인차량·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의혹에는 차량 현황과 사용내역을, 유동자산의 절반에 이르는 재고자산과 전체 자산의 30%에 이르는 무형자산(개발비)의 평가 적정성 의혹에는 각 장부와 가치평가 자료를, 주주총회 결의 없는 임원 보수 지급 의혹에는 보수·상여 내역과 급여원장, 가수금·가지급금 자료를 각각 연결하여, 열람·등사를 구하는 이유와 대상 서류의 관련성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 보전의 필요성과 회사 측 반박에 대한 대응: 수개월간 세 차례의 내용증명에도 회사가 자료 제공을 거부·지연한 경과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여, 본안판결을 기다릴 경우 장부가 조작·은닉될 위험이 있음을 소명하였습니다. 회사 측의 “부당한 목적·모색적 증거 수집” 주장에 대하여는, 신청 대상 장부의 내용과 범위가 의심 정황과 실질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들어 반박하였습니다.
4. 법원의 판단
법원은 저희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년간의 재무제표 일체와 법인차량 현황·사용내역, 재고자산 장부, 무형자산(개발비) 장부, 임원에게 지급된 보수·상여·판공비 내역과 급여원장, 대표이사의 가수금·가지급금 자료 등 의심 정황과 연결된 핵심 장부 전반에 대한 열람·등사를 인용하였습니다. 회사 측의 “부당한 목적” 주장에 대하여는, 신청 대상 장부의 내용과 범위 등을 고려할 때 부당한 목적이나 모색적 증거 수집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편 법원은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일부 항목의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는 역으로 의심 정황과 대상 장부를 구체적으로 연결하여 특정한 항목들은 그대로 인용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열람·등사 가처분에서 신청 목록의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5. 이 사건이 주는 시사점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은 경영권 분쟁의 사실상 첫 단추입니다. 경영에서 배제된 주주는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방법이 없고, 정보 없이는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해임 청구, 형사 대응 등 어떠한 본안 조치도 설계할 수 없습니다.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은 회사가 감춘 장부를 법원의 결정으로 열어, 유용·부정 거래의 흔적을 확인하고 이후 본안 소송의 증거와 전략을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는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다만 아무 장부나 다 받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포괄적·모색적 신청을 경계하므로, 의심 정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그에 대응하는 장부를 정밀하게 특정하는 것이 인용의 관건입니다. 공동창업 후 경영에서 배제되었거나, 동업자·대표이사의 회사 운영이 의심됨에도 자료 접근을 거부당하고 계신 분들은 언제든지 법무법인 채비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축적된 경영권 분쟁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열람·등사 가처분부터 본안 대응까지 단계적으로 조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