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스타트업과 그 대표이사를 대리하여, 퇴사한 임원이 스스로를 “근로자”라 주장하며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사건에서, 진정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선결적으로 밝혀 노동청의 무혐의 종결 처분을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1. 사건 개요
의뢰인은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을 취급하는 유통 스타트업과 그 대표이사입니다. 회사는 상품기획·영업·경영관리를 총괄할 C-레벨 인재를 영업총괄 이사(CMO)로 영입하면서 임원 위촉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해당 임원은 약 3개월 만에 “개인 사유”를 이유로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하였습니다.
그런데 퇴사 직후, 그는 돌연 대표이사를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지목하며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근무시간 외 다수의 업무지시, 단체 대화방에서의 모욕적 발언, 연차휴가 승인 거부 등이 있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진정에 회사와 대표이사는 노동청 조사라는 낯선 절차 앞에서 대응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법무법인 채비를 찾아주셨습니다.
2. 이 사건의 쟁점
첫째, 다툼의 순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진정인이 주장하는 개별 행위의 존부를 하나하나 다투는 것은 “말 대 말”의 소모전이 되기 쉽습니다. 그보다 앞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이하)은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전제로 하는 제도라는 점에 착안하여, 진정인이 애초에 그 보호 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선결 쟁점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 임원의 근로자성을 어떻게 부정할 것인가. 판례는 근로자 해당 여부를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즉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므로(대법원 2002다64681 판결), “이사” 직함이나 위촉 계약서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정인이 실제로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진 경영진이었음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여야 했습니다.
3. 법무법인 채비의 조력
저희는 괴롭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반박은 후순위로 두고, 진정인의 근로자성 부정을 선결 쟁점으로 하는 의견서를 노동청에 제출하는 전략을 택하였습니다. 비등기임원이라도 전문 분야의 경영을 위해 특별히 임용되어 업무를 독립적으로 총괄하고,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보수체계를 적용받는 경우 근로자성이 부정된다는 판례 법리(대법원 2012다10959 판결 등)를 기준 삼아, 다음 네 가지 축으로 소명하였습니다.
- 임원 위촉 계약의 체결: 진정인은 근로계약이 아닌 임원 위촉 계약을 체결하고 위촉 업무를 자유로운 방법으로 수행하기로 하였으며, 특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권리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확인하고 직접 서명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 독립적인 예산 집행과 의사결정: 진정인이 홈쇼핑 납품·판매 사업을 단독으로 기획·실행하면서 약 3억 원의 예산을 독립적으로 운용·집행한 내역, 외부 업체로부터 직접 견적서를 받아 최종 의사결정을 한 자료, 대표이사의 결재 없이 실무진에게 물량을 지시한 대화 기록을 제시하여, 진정인이 지휘·감독을 받는 실무자가 아니라 해당 부문의 결정권자였음을 입증하였습니다.
- 경영상 의사결정 참여: 진정인이 수습직원 채용·평가를 단독으로 면담·실시하고 그 평가가 채용 여부에 결정적으로 반영된 자료를 통해, 조직의 인적 구성이라는 경영 판단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사용자 측 지위였음을 소명하였습니다.
- 차별화된 보수체계: 일반 직원보다 높은 기본급에 더하여 “전년도 대비 매출 신장액의 2%”를 경영 성과급으로 지급받는 성과 연동형 보상 구조는, 종속적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과 연동된 임원 보수임을 강조하였습니다.
4. 노동청의 판단
노동청은 저희가 제출한 의견서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진정인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의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본건 진정을 무혐의(행정종결) 처리하였습니다. 개별 괴롭힘 주장의 진위 공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제도의 적용 요건 단계에서 사안을 종결시킨 것입니다. 이로써 의뢰인은 장기간의 조사 절차와 그에 따르는 평판 리스크에서 조기에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5. 이 사건이 주는 시사점
노동청 진정 대응의 첫 질문은 “주장이 사실인가”가 아니라 “법이 적용되는 사안인가”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비롯한 노동관계법령상 제도는 근로자를 보호 대상으로 하므로, 상대방의 법적 지위에 따라 진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C-레벨 임원, 프리랜서, 위임·위촉 계약 관계자가 퇴사 후 근로자임을 주장하며 진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때 계약서 문구만으로는 부족하고 예산 집행 권한, 의사결정 관여, 보수 구조 등 “실질”을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가 승부를 가릅니다.
거꾸로 말하면, 임원 영입 단계에서 위촉 계약서를 정비하고 권한과 보상 구조를 실질에 맞게 설계해 두는 것이 장래 노무 분쟁의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기도 합니다. 퇴사 임직원의 노동청 진정·괴롭힘 신고에 직면하셨거나, 임원·프리랜서 계약 구조의 정비가 필요하신 기업은 언제든지 법무법인 채비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